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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밀리터리버거

Opaksa 2020. 9. 29. 08:40

1. 들어가며

1.1. 개인적 전사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아마도 2008년 입대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나는 2008년 7월 28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날은 아마 햇살 좋은 여름날이었다. 온 가족이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며 논산을 향하고 있었고 나는 뒷자리에서 훌쩍거리며 논산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건 다시 생각해도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렇게 논산에서 사회의 맛을 잊어버린 채 생활하다가 만났던 군대리아는 - 사실 나는 자대에서 군대리아라는 말보단 쨈빵이라는 표현을 더욱 자주 쓰곤 했기 때문에 군대리아라고 쓰면서도 지금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고로 이하 잼빵이라 칭하겠다. -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전까진 뭐랄까 더없이 딱딱한 이 군대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긴 하단 사실을  잼빵을 통해 깨닫게 되었달까?  나는 이 잼빵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유 말고 콜라를 줬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더란다.

 

이 잼빵과 더욱 더 친해진 것은 자대에 간 후였는데 그것은 단순히 훈련소보다 자대 생활이 길기 때문이 아니라 20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 독립소대에서 내가 취사를 6개월가량 했기 때문이다. 잼빵은 특이하게도 호오가 크게 갈리는 편이었고 나는 그 갭을 극복해보고자 나름대로 노력했고 결국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그것은 패티를 먼저 프라이팬에 굽다가 불고기소스를 팬에 넣어 같이 구워버리는 방식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란도 적당히 남겨두었다가 인당 하나씩 돌아갈 수 있게 완숙 프라이를 제공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긴 했는데 이 정도 수고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땐 그렇게 좋았더란다. 

 

내 기억에 그때 잼빵 나오면 보급으로 인당 빵 두 장, 쇠고기패티 한 장,  치킨패티 한 장(패티 두 장이 동시에 나오는 날은 흔치 않았고 대부분 둘 중 하나만 나왔던 것 같다), 가공샐러드(이건 말이 좋아 샐러드지 사실상 마요네즈에 건더기 조금 들어간 느낌이었다), 딸기잼, 포도잼, 우유, 때에 따라 스프정도에 불고기패티소스와 치킨패티소스를 받았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주어진 재료 안에서 조합을 해서 먹어야만 했다. 여기에 내가 취사했을땐 계란후라이도 하나씩 제공되었다. 이 조합 안에서 나는 일반적으로 빵 하나는 패티와 샐러드를 넣어서 햄버거처럼 만들어 먹고 나머지 빵 하나는 우유와 함께 잼을 발라서 먹곤 했던 것 같은데 딸기잼도 맛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포도잼은 딸기잼보다도 너무나도 맛이 없어서 딸기잼을 먹곤 했던 기억이 있다. 군생활 당시 내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패티가 들어가는 버거 번에 잼을 발라 먹는 행위였다. 그땐 그게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아니 사실 뭐랄까 용납이 안 되었다. 내 세계 안에서 햄버거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의 목록에는 아마 잼이 위치하고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나는 이 금잔디부대의 잼빵이 그리울 때가 간혹 있긴 하다. 잼빵이 맛있어서라기보단 내가 잘 만들었기 때문에...

 

1.2. 사회적 전사(?)

2020년은 너무나도 특이한 해이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꿔놓았고,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유튜브 포맷을 참조하기 시작했으며 그 한 가운데 있는 컨텐츠가 '가짜사나이' 이다. 여기서 가짜사나이에 대한 비평을 하려면 정작 밀리터리버거 얘기는 이 포스팅의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참도록 하자. (이미 1.1. 보고 스크롤 내린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군대' 혹은 군대문화가 유행하고있다는 말인데 괴식명가 롯데리아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밀리터리버거라는 이름으로 잼빵을 출시시켜버린 것이다.

 

 

2. 본론

2.1. 밀리터리버거를 만나기까지

어쨌든 이상한게 새로 나오면 먹어보는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주변의 나름 한적한 롯데리아를 찾았다. 벽에는 밀리터리버거 세트를 먹으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치킨너겟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한다는 벽보가 붙어있었고 나는 여유롭게 키오스크에서 밀리터리버거를 주문하려했다. 그런데... 어... 안되잖아...?

 

물량 문제있어?

처음 간 롯데리아에선 품절이었다. 그래서 인근의 다른 매장을 찾았다. 이번엔 무리없이 주문할 수 있었다. 

세트메뉴에서 기본 포테이토를 치즈스틱으로 변경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품이 나왔다는 메시지가 화면에 나오고 나는 트레이를 받아왔다. 하... PTSD오는 비주얼이다. 

 

2.2. 밀리터리버거

 

대충 이런 모습일게다. 기본 구성은 좌측 상단부터 불고기패티소스, 딸기잼, 마카로니 샐러드, 생야채샐러드, 좌측 하단부터 치즈, 버거 번, 햄 패티, 고기 패티

 

본디 버거 번에 잼을 바르지 않는 나지만 어느정도 국룰을 따라 제조해보았다. 

 

먼저 아래 번 위에 패티, 그 위에 패티소스를 펴서 바른다. 현역때 먹던 잼빵 비주얼이 이것보단 나았던 것 같은데...
그 위에 생야채 샐러드를 올려준다 (원래 이때 치즈 넣는다는 것을 깜빡했다)
하... 마지막에 위에 빵에 잼 바르는데 내 손이 부들부들 다 떨리더라
진짜 하찮아 보이는 모습으로 완! 성!

 

일단 한 입 먹어보자.

 

내가 아는 그 맛인게 내가 아는 그 맛보다 묘하게 못한 맛이 난다

 

하... 정말 정겨우면서도 싫은, 뭐랄까 기억보다 조금 더 못한 맛이 난다. 다행히도 생야채 샐러드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비슷한것이 발려있어서 입 안의 텁텁함을 좀 줄여준다. 한편 잼 발라서 먹는 것도 나름의 맛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 이건 햄버거가 아니라 잼빵이니까 그렇게 먹을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다 먹었다. 그런데 궁금한점은 불고기패티소스... 이거 진짜 어떻게 이렇게 초월이식한거지... 그 맛을 담고 있으면서 묘하게 좀 더 맛없는 느낌인데...

 

이어 다음 빵 순서

 

먼저 번 위에 햄, 치즈를 얹는다. 만일 당신이 햄이든 고기 패티든 그 아래에 치즈를 둔다면 당신은 버거... 아니 빵 사이에 무언가 끼워 먹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는 것일지 모른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햄이랑 치즈만 올려놓으니까 영 뭐해보여서 보이는걸 전부 올려보았다. 생야채 샐러드와 마카로니 샐러드를 올리고 이벤트로 받은 치킨너겟도 두개 넣어보았다
이번에도 윗 번에 딸기잼 펴발라서
뭔가 그럴싸해보인다면 그것은 경기도 오산입니다. 경기도 오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화성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곤 하는 실천지성 한신대학교가 위치해있습니다

 

내가 왜 8,600원(원래 세트가 8,100원이고 +500원 된 이유는 아마 감자튀김을 치즈스틱으로 바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롯데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가 치즈스틱인데 이걸 안바꾸면 진짜... 속상해진다)을 주고 이걸 먹고있나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마 남들에게 '나 그거 먹어봤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비전투 손실 생기면 안된다고 힘주어 말하는 행보관님과 함께 식사한다고 상상하며 마저 다 먹었다. 그나마 콜라가 있어서 다행이었달까... 대체 이런 메뉴를 왜 만들었을지 좀 궁금해지긴 한다. 이런걸 보고 경영학에선 Loss leader라고 부르는건가... 

 

3. 나가며

 

치즈스틱 포장용기에 쓰여진 문구. 밀리터리버거는 즐겁긴 했는데 맛있진 않았다.

 

나가며가 짧은 이유는... 빨리 나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해둡시다.

 

그래도... 재미라도 있으면 된거지 ^_T

 

 

그래서 제 평가는요?

 

본인이 무언가를 먹음으로 타인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음에 기뻐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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