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樂/食

[순대, 강동구] 고급아바이순대

Opaksa 2020. 6. 16. 19:01

여느 날처럼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미국에 있는 아는 형님으로부터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왔다.

 

내용이 무엇이었는고 하니 미국에 있으니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지는데 순대국은 집에서 해 먹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식당에 가서 먹자니 즐겨 찾던 가게가 프림을 쓰고 있어 찾아갈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

그러니 자신을 위해 순대국을 한번 맛있게 먹어달라는 것이었다. 

 

순대국 미국으로 보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맛있게 먹어달라는 부탁인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당연히 없지. 

원래 좋아하는 순대국 집은 광화문의 화목순대국, 서대문의 고모네(여긴 뭔가 편한 기분이다), 서대문 아바이왕순대, 그리고 뚝섬 근처에 그 하나 있는데 이름이 생각 안난다... 아무튼 그런데 동네엔 괜찮은집이 없나 해서 찾아봤다. 그래서 찾아보니 강동구에도 괜찮아 보이는 순대국집이 있었다. 그 이름하여 고급아바이순대. 

 

그래서 문 닫는 시간을 조금 앞두고 찾아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뒤집힌 간판.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간판이 뒤집혀있으면 존맛이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믿음직스러움이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들어가니 돼지 냄새가 가득하다. 이 냄새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제법 좋아하는 냄새이고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눈을 돌려보니 겨우 한 석 남아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먹지 못하고 돌아올 뻔했다. 저녁 8시라 그런지 식사 손님보단 술 마시러 온 손님이 많아 보였다. 그 다음 눈에 띄는것은 메뉴판과 SBS달인에 나왔다는 패 

 

원래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그다지 믿는 편은 아니지만 대개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단 뭐라도 있는 편이 낫다.
2020년 6월 15일자 길동 고급아바이순대 메뉴판

오면서부터 순대정식을 먹을 생각을 하고 왔기때문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정식 하나요."

 

조금 지났을까 상차림이 시작되었다.

정식 차림상, 아직 순대국은 나오지 않은 상태. 사진엔 담겨있지 않지만 다진 청양고추 통도 내주신다. 

 

 

깍두기, 무생채, 고추와 양파, 다대기, 쌈장, 새우젓, 그리고 모듬순대에 순대국까지 나온다.

 

 

순대국도 나오는데 모듬순대 구성도 나름 알찬편, 막창에 새끼보까지 있다. 

 

문닫기 직전에 가서 그런지 수육은 좀 말라있었다... 이건 좀 아쉬웠음. 그렇지만 이 가격에 나오기 힘든 부속고기도 나오고 상당히 괜찮은편이랄까요.

 

 

끓는다. 순대국

 

곧이어 순대국이 나온다. 역시 순대국은 펄펄 끓으며 나와야 제맛. 나는 순대국에 들깨가루를 쏟아붓듯이 해서 먹는 편인데 들깨가루를 부어서 술이 들깰가봐 술 없이 먹었다.

 

이게 아니라... 들깨가루가 좀 고와서 아쉬웠다. 나는 좀 더 큼지막하게 갈린 들깨가루를 좋아하는편이라...

 

수육과 순대국에 들어가는 부속부위가 크게 다르지 않다.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어있듯 순대국에도 순대가 안 들어있다. 순대를 넣어달라고 하면 넣어준다고는 하는데 대체로 처음 가는 집에선 그집에서 주는 대로 먹는 편이라 순대를 넣어달라고 하진 않았다. 

 

사실 막 맛이 엄청난건 아니었는데 만원에 아바이순대에 수육까지 따로 한 접시 나오고 순대국을 먹을 수 있는 집은 흔치 않은데 부속고기도 그냥 머릿고기 조금 들어있는것도 아니고 괜찮은 특수부위들이 많이 들어가있어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예의를 지켜 완국해버렸지.

 

 

서울시 강동구 진황도로 127, (02) 484-4317

일요일 휴무, 평일 11시 - 9시 (브레이크타임 : 3시 - 5시30분)

 

 

그래서 제 평가는요?

 

한번쯤 더 가보면 좋으려나...?